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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의 아침이 밝았다. 파도소리와 함께 눈을 뜬다는 건 정말이지 멋진 일이다. 천천히 준비하고 조식을 먹고 와서 어제와 다름없이 쉬었다. 빈둥빈둥, 뒹굴뒹굴, 아, 내가 너무 좋아하는 단어들. 내가 세상에서 젤 좋아하는 건 책 읽는 거고, 그 다음으론 여행가는 거고, 그 다음으론 음악을 듣는 거고, 이런 것들 못지않게 좋아하는 건 잠자는 건데, 이런 것들을 한꺼번에 할 수 있다니. 여행와서 음악들으며 책을 읽다가 슬슬 졸리면 잠드는 거.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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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때는 플로팅 레스토랑으로 나가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숙소 앞에 있던 썽태우를 타고 나단 선착장을 지나 반플로이 사멧 Baan Ploy Samet 레스토랑으로 갔다. 레스토랑 간판 밑에 달린 종을 울리면 저 멀리 바다에 떠있는 식당에서 보트가 둥실둥실 떠온다. 전기로 줄을 잡아당기는 방식이라 따로 선장도 없다. 식당은 바다에 떠있다는 것만으로도 색다른 느낌이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다 물이고, 가까이에는 조그만 양식장도 붙어있다. 식당에 붙어있는 숙소 끄트머리에서 한 아줌마가 낚시를 하고 있고, 옆 테이블에서는 하나 가득 대식구들이 모두 점심을 즐기고 있다. 모든 게 신나고 재밌는 일들 투성이인데, 자리에 앉는 순간 엄청난 일이...
방석을 깔고 앉으면 다리 놓는 부분이 바다로 뻥 뚫려있어 다리 밑이 그야말로 초록빛 바다이다. 물고기들이 떼지어 헤엄치고 있는. 이 식당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다 알고 간 거였지만, 그래도 눈으로 직접 보니 엄청 설레는 경험이다. 혹시 바다에 빠질지도 몰라 하며 콩닥콩닥거리고 하늘에 붕 떠오른 것처럼 두근두근하다. 먹을 걸 떨어뜨려주면 물고기들이 마구 모여든다던데, 얼른 주문해야겠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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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소스를 뿌린 락랍스터가 맛있다고 해서 그거 1kg시키고, 도미회도 1kg 시켰다. 너무 많은 거 아냐 하고 걱정했는데 웬걸, 눈깜짝할 새에 다 먹어버렸다. 마늘도 안좋아하고 랍스터도 별로 안좋아하는데, 세상에 이건, 너무 맛있다. 결국 다먹고 똠얌꿍에 밥한그릇씩 싹싹 비워냈다. 밥먹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는데, 나도 먹고 물고기들도 먹이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이 녀석들 아무거나 던져줘도 잘 먹는다. 하물며, 도미회를 던져줘도 먹는다. 이런, 동족상잔의 비극을. 물고기하고 놀다가 사진 찍다가 먹다가 하면서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던 중이었다. 여행책을 얼른 찾아서 ‘아러이 찡찡’하고 얘길했다. 정말 맛있었다고, 음식맛은 물론이지만 바다도 공기도 모두 맛있었다고 얘기해 주고 싶었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던 주인 아저씨 이내 얼굴이 활짝 펴졌다. 수줍은 듯하지만 자긍심이 넘치는 웃는 얼굴, 마지막에 배를 탈 때까지도 계속 그 얼굴로 손을 흔들어 주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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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서도 우리는 따로 할 일이 없다. 그저 놀고, 쉬고, 책읽고, 음악 듣는 거 뿐. 비치베드에서 책을 읽다 눈을 들었는데, 글쎄 나무에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걸려 있었다. 무지개인가 싶어 눈을 크게 뜨고 보니 해를 동그랗게 싸고 있는 반짝거리는 빛이, 오빠말로는 해무리란다. 앗, 처음 보는 해무리야. 달무리와는 다른 느낌인 걸. 반짝반짝거리고 귀여운 느낌. 커다란 햇님같아. 오늘도 바닷가엔 아이들이 많은 그 인도인 가족이 나와서 놀고 있다. 나는 책을 보고 있고, 우리 신랑은 사진을 찍는다며 애꿎은 게를 괴롭히고 있다. 모래속으로 들어가려고 꼼지락거리는 녀석을 계속 꺼내놓으며 모델로 세워둔다. 수영장에선 왠 꼬마 여자아이가 튜브를 타고 물장난을 하며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다. 아가들이 부르는 노래는 모두 국적불명이다. 우리는 수영장에서 놀다가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바람이 불면 담배를 입에 물기도 하고, 바다를 걸어가는 늘씬한 미녀를 쳐다보기도 했다. 평화로운 오후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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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리가 나와서인지 저녁때가 되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온통 잿빛 하늘에 파도도 점점 높아지고 큰 나무들이 마구 흔들렸다. 비 때문에 가까운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오는 길, 도시에서만 자란 나는 바닷가에 비오는 모습이 이렇게 무서운 건지 몰랐다. ‘성난 듯한’ 파도가 뭔지 알겠더라. 정말 화나 보였으니까. 때마침 읽고 있던 책이 한창 폭풍처럼 거세지고 있어서인지 왠지 모르게 마음도 다급해졌다. 약간은 어두운 여행지의 방에서 비가 마구 오는 저녁, 스릴러 소설을 읽는 것도 괜찮은 맛이다. 에어컨을 켜서 적당히 서늘한 것도 좋겠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툭 하고 끊어지는 순간, 휴 하고 숨을 내쉬며 고개를 둘러보니 낯선 침대 낯선 방이라.. 음... 미스터리를 읽기엔 정말 제격인 밤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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