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1.22. 셋째날 : 통영

- 어느새 해가 떠 버린 욕지도 -

6시 30분이다. 눈을 떠야 한다. 옆방 연인들과 해 뜨는 거 보러 가기로 했으니 어서 일어나야 한다. 아침잠 많기로는 남부럽지 않을 우리지만, 옆방 친구들 태워야 한다니 얼른 일어나서 아무렇지도 않은 듯 해야지. 그런데 차에 시동을 걸도록 옆방 애들이 나오질 않는다. 조심스레 깨우러 갔더니 잡에 취해 자기네들은 못가겠다고 하네. 허허. 덕분에 우리가 일찍 일어났으니, 우리끼리라도 보러 가야지.

그런데 오늘 하늘은 구름이 잔뜩이다. 해돋이 장소로 행하는데, 어째 조짐이 좋질 않다. 7시 35분경에 해가 뜬다고 했는데, 뜰 기미가 없다. 구름만 잔뜩 끼어서 하늘도 뿌옇다. 큰일이네. 사실, 난 아직까지 해뜨는 거 직접 본 적이 없다. 아침잠을 너무 좋아해서 남들 다 보러간다고 깨워도 일어난 본 일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큰 결심을 하고 왔는데, 해가 안보인다니, 이런. 아무리 기다려도 해가 보이질 않았다. 어느새 날은 밝았는데, 해는 언제 솟았단 말야.ㅜ.ㅜ


- 저기 작은 길 보이나요? 그길을 따라가면 노적마을 -

숙소로 돌아와 부족한 아침잠을 좀 채우고서, 짐을 쌌다. 3시 45분 배를 타고 나갈 거니까 시간은 넉넉한데, 보지 못한 섬의 나머지 부분들을 좀 보고 가려고 한다. 일주도로에서 벗어나 있는 노적마을 쪽도 둘러보고 조그만 학교들도 좀 볼 계획이다. 아저씨에 인사를 드리고 차에 올랐다.

군인아파트를 지나 항구 반대편으로 들어서니 작은 마을들이 보였다. 노적마을은 집 뒤 가파른 산길을 타고 가야 한다. 근데 그 길이 보통 가파른 게 아니다. 오를 때는 어떻게든 올랐는데 비포장도로에 아찔한 고개길이 계속되고, 마을은 나올 생각을 안한다. 통영에서 지났던 풍화 일주도로와는 비교가 안되는 길이다. 더 갈 수가 없다. 이런 길들에도 전신주가 서있는 걸 보니, 한전 아저씨들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정말 대단하다. 결국 우리는 차를 돌리기로 했다. 시간도 빠듯하고 점심도 먹어야 해서.


차를 돌려 나와서 섬 끝까지 달려갔다 왔다. 더이상 길이 없는 곳까지 이르러 낚시하는 아저씨들 사이로 날아다니는 갈매기도 구경하고, 작고 하얀 분교에 들러 구경도 좀 하다가 동항으로 나왔다.


- 해물이 가득한 짬뽕 -

욕지에서 하는 마지막 식사. 어젯밤 아저씨들께 들어둔 맛난 짬뽕집을 찾아갔다. 그 집 짬뽕 맛이 기가 막히다고 해서 가는 길을 물어 두었었다. 항구에 있는 작은 공원(?) 앞 노래방이 있는 길로 들어가면 농협이 나오니 거기에 차를 세워라. 걸어서 앞쪽으로 걸어가면 수협이 있고 작은 골목들이 나오는데, 그 골목에 있다. '한양식당'이라고.
식당에 무슨 짬뽕인가 싶어 찾아 갔는데, 이름만 식당이고 사실은 중국집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내외분이 하시는 이 오래된 식당은 조용조용 주문이 이어지는 집이었다. 짬뽕과 짜장 곱배기를 시키니, 스탠 냉면 그릇에 요리가 담겨져 나왔다. 바닷가라 역시 해물이 가득 들은 짬뽕 맛은 어찌나 구수하고 깊은 맛인지. 아~ 사람들이 감탄할만 하다. 굵은 면발에 큼직한 해산물의 맛. 욕지도 짬뽕의 맛.


- 남망산 공원에서 바라본 통영 -

드디어 배가 도착했다. 욕지도여, 안녕~

삼덕항에 다시 도착해서 통영 시내로 들어갔다. 통영의 항구가 다 보인다는 남망산 공원에 올라 통영을 내려다 보았다. 그새 몇번 왔다갔다 했다고 제법 눈에 익은 곳들도 많아 정겹고 마음이 좀더 넉넉해졌다. 늘어선 배들과 번잡한 재래시장, 주말이라고 더욱 많아진 사람들. 오늘이 통영의 마지막 날이구나.

이젠 숙소를 구해야지. 남망산 공원을 내려오니 마침 적당한 모텔이 보였다. 지은 지 얼마 안되었는지 깨끗한 곳이었는데, 주인 아줌마가 무척이나 친절했다. 저렴한 가격에 운하가 내려다 보이는 좋은 방을 주셨다.


- 이게 바로 그~ 해물 뚝배기 -

짐을 풀고 이제 마지막 저녁을 해결하러 나갔다. 통영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해물 뚝배기집을 찾아서 시내 번화가로 들어갔다. 금방 찾지 못했는데, 유명한 집인지 근처 슈퍼에서 물어보니 쉽게 길을 가르쳐 주신다. '항남 뚝배기'간판을 찾고 들어가려는데 보니까 MBC 무슨 프로그램에 소개된 적이 있다고 큼직한 사진이 걸려 있었다. 아, 진짜 유명한 집인가 보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생각보다 조그마한 집이었다. 큼직한 뚝배기에 하나 가득 온갖 해물이 잔뜩 들어서 보글보글 끓여져 나오는데, 정말 먹음직하게 보인다. 된장을 풀어 맛을 낸 해물탕이 그야말로 진국이었다. 소주까지 하나 시켜서 정신없이 먹었다. 박박 밥을 긁어서 조개며 게며 쪽쪽 빨아가며 먹었는데, 그 맛 정말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빵빵한 배를 어루만지며 통영 시내를 어슬렁거렸다. 배는 부르고 따땃한다, 왜이리 마음은 아쉽단 말이냐~
아~ 통영의 마지막 밤이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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